"엑셀은 드럽게 눈치없는(?) 후임과도 같다"
처음 후임이 들어온다고 했을 때의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제 일 좀 나누겠구나 싶은 안도감. 후임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노동력의 충원의 관점에서 오는 기쁨이었다. (당시에 일이 너무 벅찼으니까)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새로온 후임이 내 일을 덜어가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시간이 걸렸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업무의 프로세스와 조직의 암묵적인 룰들을 후임이 익힐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임도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지라 후임에게 맞는 방식으로 업무를 가르치기가 쉽지 않았다.
엑셀도 이러한 후임과 같지 않을까? 어느 회사를 다니던 엑셀 마스터들이 한 명씩 있기 마련이다. 마치 후임을 데리고 다니듯 두 사람이 할 일도 혼자서 척척 끝내고 칼퇴하는 마스터들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막상 내가 쓰려고 하면, 엑셀은 눈치없고, 말귀를 못 알아먹는 후임으로 돌변한다. 내 머릿속으론 너무나 당연하여 신경쓰지 못한 부분까지도, 이 엑셀이라는 놈은 굳이 지적하며 오류로 변환하거나 엉뚱한 값을 내놓는다. 간단한 나누기 작업을 시켰더니 소수점을 10자리까지 만들어두질 않나, 수식좀 써 보려고 했더니 끊임없이 오류메세지를 띄우면서 '안돼는데요?' '안돼는데요?'를 반복하질 않나. 하아... 사람이였으면 '이건 좀 너가 알아서 해라'라는 말이 바로 나왔을 것 같다.
결론은 세상에 나쁜 엑셀은 없다는 것. 후임도 엑셀도 잘 다루려면 그 개체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법으로 명확하게 지시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공부를 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엑셀을 공부하면서 기존의 책이나 블로그를 참고할 때마다 아쉬웠던 점은 엑셀의 기능 혹은 수식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은 잘 되어있지만, 정작 내가 접한 문제상황에서 어떻게 접근하여 어떤 수식을 써야할지는 알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문제 상황별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 지를 알려주는 엑셀 강의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막상 구상을 해보니 쉽지는 않았다. 똑같은 결과를 내놓을 때도 접근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도 있고, 내가 아는 방식보다 더 좋은 방식이 있을 수 있기(아니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하세요'라고 확정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 이는 마치 언어를 배우는 일과 비슷하다. 영어에서 호감을 표현할 때 'like', 'love'등 수 많은 동사를 사용 가능한데, 무엇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사용자의 마음에 달려있다. 그러다보니 이 방대한 엑셀 체계를 '패턴화'시키는 일은 어렵기도 하고, 패턴화한들 딱 들어맞는 경우도 드물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작업을 시도하려는 이유는, 언어를 공부할 당시 '패턴화' 시키는 것이 외국어를 배울 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다소 틀린 부분이 있다 한들 뭐니 뭐니해도 초보자에게는 명쾌한 게 최고다. 엑셀을 켜는 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는게 중요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하면서 엑셀의 기초를 체득할 수 있는 강의록을 작성하려고 한다. 강의록이 보는 이로 하여금 엑셀을 입문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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